[실화소설] 새마을금고 18억 횡령 '된장녀'의 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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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소설] 새마을금고 18억 횡령 '된장녀'의 막장
  • 김한나 기자 hanna@cstimes.com
  • 기사출고 2012년 11월 16일 0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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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돈 빼내 외제차 사고 명품치장 흥청망청…전무는 성관계 요구
   
 

[컨슈머타임스]

'똑똑'

새마을금고 전무 A의 사무실을 노크하는 여직원 B의 손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크게 한 숨을 내 몰아 쉰 뒤 문을 열었다. 힐끗 그녀를 바라본 A의 시선은 다시 책상으로 향했다.

"앉아." 시선은 여전히 책상에 고정한 채 그는 말했다. 쇼파에 앉은 B는 등을 꼿꼿이 세우고 무릎에 가지런히 두 손을 얹었다. 얼핏 A가 쓰는 책상 한 켠에 따로 빼 있는 서류를 봤다. 자신이 올렸던 대출 완료된 고객의 서류다. 자세는 흐트러트리지 않았지만 B는 연신 아래 입술을 깨물며 그를 기다렸다.

A가 다가왔다. 그녀의 옆자리에 앉는다. 손에는 그녀가 올린 대출 서류를 들고서.

"이 서류 자기가 올린 거지? ○○○ 고객 재직증명서가 없네?"

그녀는 여전히 입술만 깨문다. A는 한 손으로 그녀의 무릎과 허벅지를 쓸면서 말했다.

"오늘 퇴근 후 시간 비워둬."

◆ 고객돈 꺼내 명품가방에 '펑펑'

지난 2009년 3월 B는 서울 양천구 새마을금고 대리로 승진하면서 출납을 담당하게 됐다. 처음부터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 어느 날 호기심에 그녀는 타 은행에 예치된 금고 자금 중 100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했다. 빼돌리거나 유용할 목적 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직분을 누려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상사의 별도 결재 과정은 필요하지 않았다. 친구한테 계좌이체 하듯 인터넷을 통해 손 쉽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돌려 놓을 참이었지만 순간 지난 주말 백화점에서 들어봤던 파란 명품 가죽 가방이 아른거렸다. 한달 월급에 육박하는 가격에 선뜻 구매할 수 없었던 제품이었다.

머리 속에선 벌써 최근 구매한 검정 원피스에 한 손에는 파란 가방을 매치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그려졌다. 배시시 B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점차 대담해져 갔다. 100만원은 1000만원이 됐고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다짐만 수십 차례 반복됐다. 빼돌린 금고 자금을 메우는 법은 간단했다. 줄어든 숫자를 컴퓨터 그림판을 이용해 조작하면 그만이었다.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해 조악한 솜씨였지만 이를 문제 삼는 이는 없었다. B의 한 손에 들려 매일매일 바뀌는 명품가방을 부러워하는 시선만 있을 뿐이었다.

이렇게 4년 동안 금고의 예치금은 야금야금 B의 계좌로 흘러 들어갔다. 총 13억원에 육박했다. 그 동안 B는 금고에서 자신의 어머니가 대출 받은 1억원에 설정한 근저당권도 임의로 해지했다. 이미 금고 예치금이 자신의 개인 금고가 된 마당에 눈치 보이는 건 없었다.

그러나 외제차가 가지고 싶었던 허영심이 결국 B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허술한 시스템에 마음을 놓았던 그녀는 친인척과 고객 명의로 대출을 받기에 이르렀다. 몇몇 서류들을 빼먹은 허술한 대출증빙이었지만 술술 진행됐다.

밤이면 B는 이 모든 사실이 발각돼 사람들이 자신을 손가락질 하는 악몽을 꿨다. 그러나 백화점에서 받는 VIP 대접은 달콤하기만 했다. 외제차를 끌고 드라이브에 나서면 귓가를 간지르는 바람에 저도 모르게 콧노래가 나오기 까지 했다.

어느 날 A의 부름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A는 대출서류가 미흡한 것을 따져 물었지만 목소리는 나긋나긋했다. 업무 시간 외에 B를 부르는 일이 많아지는 만큼 그의 눈빛과 손길도 끈적해져 갔다.

회사 내부 감사를 통해 그녀의 행적도 조금씩 베일을 벗겨졌다. B가 횡령을 시작한지 4년만이었다. 혼자 횡령한 금액만 18억이었다. 백화점 명품관을 주름잡던 그녀는 결국 스스로 경찰서를 찾았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여자로서의 정조와 직장 등을 모두 잃은 뒤였다.

◆ "폭로하겠다" 간부 협박에 성상납까지

서민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에서 20대 여직원이 18억원 상당의 고객 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해당 지점의 간부는 여직원의 범행을 알고도 성관계를 맺는 대가로 이를 묵인해 충격을 주고 있다.

해당 여직원 최모씨는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으며 성관계를 맺은 간부 조모씨는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허술한 시스템과 관리감독 미흡이 부른 어처구니 없는 부정부패 사건에도 새마을금고 측은 "현재 경찰 조사 중"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컨슈머타임스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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