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리아 "싼 메뉴 찾는 고객은 기다려라" 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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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리아 "싼 메뉴 찾는 고객은 기다려라" 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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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제품 1분 vs 저가 20분 손님 골라받기?… 업체 "차별 없다"

"3500원짜리 치즈버거세트 먹으려고 20분 넘게 기다렸습니다."

롯데리아(대표 조영진)가 가격이 싼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을 장시간 기다리게 만드는 등 일종의 차별대우를 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오징어버거, 치즈버거 등 일부 저가상품은 아예 메뉴판에서 빠져 있는데다 조리시간을 핑계로 다른 제품을 강권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파악됐다.

◆ "데리버거 먹으려면 20분 기다려야…"

직장인 김모(서울 동작구)씨는 헌혈을 하고 받은 롯데리아 햄버거 교환권을 사용하기 위해 서울 용산구에있는 한 매장을 방문했다.

3500원짜리 '치즈버거세트'를 받을 수 있는 교환권이었지만 매장 내에 비치된 대형 메뉴판에서는 해당 메뉴를 찾을 수 없었다. 김씨는 주문대 한쪽에 놓여 있는 낡은 종이 메뉴판에서 제품을 발견하고 주문할 수 있었다. 매장 직원은 준비하는데 10분 가량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씨는 20분을 훌쩍 넘겨서야 겨우 주문한 제품을 받아들 수 있었다. 주문과 동시에 나오거나 1~2분 가량 기다리면 되는 타 메뉴와는 시간적으로 상당한 차이를 보여 김씨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김씨는 "비싼 메뉴들은 눈에 잘 띄게 해놓고 금방 만들어 주는데 비교적 저렴한 메뉴들은 사실상 주문 자체가 어렵다"며 "3500원짜리 세트메뉴 먹으려고 20분 넘게 기다리는 상황을 납득할 수 없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본보는 김씨가 겪은 사례가 빈번한지 파악하기 위해 서울 강동∙강서∙강남∙강북 지역에 위치한 롯데리아 매장을 무작위로 선정해 방문했다.

공통점은 점포 내에서 눈에 가장 잘 띄는 메인 메뉴보드에는 한우불고기 세트(7100원), 한우레이디버거세트(6100원), 유러피언프리코치즈버거세트(6000원) 등이 안내돼 있었다는 것. 롯데리아 제품 중 가격이 높은 상품들이다.

또한 3500원 안팎의 저가메뉴에 속하는 데리버거세트, 치즈버거세트, 오징어버거세트 등은 별도의 종이 메뉴판에서만 볼 수 있었다. 소비자가 이를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주문 시 해당 제품들의 존재 자체를 알기 어려운 실정이다.

강남 지역에 있는 한 롯데리아 매장에서 오징어버거세트를 주문해 봤다. 다른 햄버거와 달리 7~10분가량 기다려야 했다. 타 매장에서도 해당 제품을 먹기 위해 짧게는 7분, 길게는 20분 가까이 기다려야 했다. 해당 메뉴들은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재료를 준비하고 음식을 만드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각 매장 직원들의 설명이었다.

짧은 시간에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려는 경우 대기 시간이 짧은 고가의 메뉴를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 롯데리아 "저가, 고가 차별 안 한다"

롯데리아 측은 가격에 따른 차별을 두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저가 햄버거라 메뉴판에서 빠져 있거나 나오는 데 오래 걸리는 것은 아니다"라며 "(아무리 길어도) 10분 이상 걸리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점포에서 일하다 보면 음식을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고가 제품도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경우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 시간은 매장 상황에 따른 차이일 뿐, 제품 가격대와는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상권 위치나 주 소비자 연령대에 따라 인기 제품 종류에 차이가 있다"며 "데리버거가 인기메뉴인 매장에서는 미리 만들어 바로 제공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일정 시간이 지나면 폐기해야 하기 때문에 만들어 둘 수 없다"고 밝혔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대학생 최모씨는 "저렴하게 식사를 해결하려고 롯데리아에서 치즈버거를 주문했는데 오래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다른 메뉴를 선택한 적이 있다"며 "같은 패스트푸드인데 대기시간이 몇배나 걸리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직장인 장모씨는 "고의든 아니든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가 메뉴를 주문해 차별대우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겠냐"며 "개선이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컨슈머타임스 공동취재단= 최미혜 문유진 민경갑 박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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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농축 2013-03-29 20:08:54
어릴적 롯데리아에서 일해봤는데 가격 저렴한 햄버거는 정말 잘 나가서 조리속도가 주문양을 못 따라가는 경우가 진짜 많은데, 그렇다고 재료를 미리 만들어놓으면 데리버거 같은 경우는 소고기가 섞여있어서 금새 퍽퍽해져서 미리 만들어놓으면 낭패인 경우가 많이 생겨요. 그래서 보통 주문하면 조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20분인건... 좀 너무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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