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제주항공을 이용해 최근 일본에 다녀온 소비자 A씨는 귀국 당일 공항에서 낭패를 겪었다. 캐리어의 한쪽 바퀴가 파손된 채로 넘어 왔던 것. A씨는 제주항공 측에 강하게 항의했다. '약간의 파손에 대해서는 보상해 줄 수 없다'는 식의 답변이 돌아왔다.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온 A씨는 제주항공 홈페이지에 재차 문제제기를 했다. 하지만 몇 일이 지나도록 응대는 없었다.
A씨는 "제주항공과 같은 저가항공을 이용할 때는 반드시 여행자보험을 들거나 짐을 직접 들고 탑승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며 "다시는 저가항공을 이용하지 않겠다"고 분개했다.
◆ '가격경쟁력' 유지 위해 어쩔 수 없이…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과 같은 저가항공사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수하물 파손이나 분실과 같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대형 항공사들에 비해 피해보상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12일 국내 항공업계에 따르면 각 항공사들은 '바르샤바협약'이나 '몬트리올협약' 등 항공 운송인의 민사책임을 정하는 국제협약을 일종의 '내규'로 적용하고 있다. 수하물 분실 및 중대파손과 같은 사안 해결에 무게가 실려있다. 정형화된 소비자 피해 보상기준이 마련돼 있다는 얘기다.
저가항공사와 대형항공사 모두 동일하다. 문제는 적용범위를 각각 다르게 설정하고 있다는데 있다.
가령 앞선 A씨의 사례를 국제협약에 적용하면 보는 각도에 따라 중대파손이 될 수도, 혹은 단순파손이 될 수 있다. 소비자의 개성과 상품의 가격에 따라 잣대가 다르게 설정되는 탓이다.
저가항공사들은 대부분의 수하물 파손을 단순파손으로 취급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대형 항공사들과의 차별화 포인트인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단순 '룰' 관점에서 저가항공사들의 이 같은 행보를 문제 삼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사고의 원인을두고 해석이 엇갈릴 수 있는 여지는 업체들 입장에서는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과 다르지 않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캐리어의 바퀴가 빠지거나 손잡이가 파손되는 등의 소비자 피해는 보상에서 제외된다"며 "항공사가 아닌 공항 측 수하물 센터 직원들이 물건을 험하게 싣거나 내리는 것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 |
||
그는 "피해 소비자들이 수하물 사고로 항의할 때가 있지만 그때마다 모두 보상해 주지는 않는다"며 "국제 협약에 따라 분실물 보상만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달랐다. 고객관리 및 서비스 제공 차원에서 다각도로 접근한다는데 교차점을 형성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수하물 사고는 기내가 아닌 공항 내에서 이동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발생된다"며 "항공사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지만 도의적 차원에서 소비자들의 각종 수하물 피해를 보상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국제 규정을 무조건적으로 지키기 보다는 소비자 입장에서 고객불편을 최소화 하기 위해 대부분 보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가 항공사와 대형 항공사의 가격차만큼 서비스 질이 갈린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 외국 저가항공사 도전… '체질개선' 불가피
그런 상황 속에서 외국 저가항공사들이 물밀 듯 밀려오고 있어 업계에 긴장감을 불어 넣고 있다.
지난해 전일본공수항공(ANA)이 설립한 일본 첫 저가항공사인 피치항공이 내달 신규 취항할 예정이며 ANA와 에어아시아가 합작한 에어아시아 재팬은 올 10월 인천~나리타, 부산~나리타 노선을 개설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홍콩 드래곤에어, 대만 부흥항공·중화항공·에바항공 등은 기존 노선을 확충하거나 신규 취항할 예정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서비스 향상에 초점을 맞춘 국내 업체들의 자발적 '체질개선'이 불가피한 시기라는데 소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한국소비자원과 KAIST 공정거래연구센터가 최근 1년간 국내선 저가항공사를 이용한 고객 1000명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좌석 선택의 편리성이나 좌석의 쾌적성'(23.6%)에 대해 가장 크게 불편을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
'운항 안전성이나 항공기 기종'(18.5%)과 '운항 횟수가 적음'(18.2%)과 같은 항목도 이름을 올렸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