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사고와 직결되는 자동차 '시동꺼짐' 결함이 최근 잇따르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신차도 예외가 아닌 만큼 소비자 피해구제책을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고인 것은 맞다"
한국지엠의 크로스오버차량(CUV) 쉐보레 '올란도'를 최근 구입한 심모(경기도 화성)씨는 차량을 인도받은 지 불과 3일만에 아찔한 사고를 겪었다. 고속도로를 주행하던 도중 갑자기 시동이 꺼지면서 핸들과 브레이크가 일순 말을 듣지 않았던 것.
다행히 주변에 다른 차량이 없었던 데다 도로가 직선으로 뻗어있어 충돌이나 추돌사고는 피할 수 있었다. 억지로 힘을 쓴 뒤에야 심씨는 겨우 갓길에 차량을 주차시킬 수 있었다. 한번 멈춘 차량의 시동은 더 이상 걸리지 않았다. 심씨는 한국지엠 고객센터에 강하게 항의했다.
업체 측은 원인을 파악한 뒤 차량을 수리해주겠다고 안내했다. 심씨의 생각은 달랐다. 자신의 목숨을 크게 위협한 사안이었기 때문에 최소한 차량교환은 받아야겠다고 맞섰다. 그로부터 수일 뒤, 업무상 차량을 사용해야 하는 심씨는 이렇다 할 합의점 없이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심씨는 "세계적 기업인 한국지엠이 과연 한국시장에 발을 붙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쏘아 붙였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심씨 차량 엔진 쪽에서 문제(크랭크 샤프트 이상)를 일으켜 주행 중 시동이 꺼진 것으로 확인됐다"며 "수리를 진행 중이며 차량교환이 안 되는 이유를 심씨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차령 12개월 이내에 주행 및 안전도 등과 관련한 중대한 결함이 발생, 동일하자에 대해 3회까지 수리를 받았으나 하자가 재발(4회째)한 경우 차량교환이나 구입가 환급을 요구할 수 있다. 심씨는 여기에 해당되는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연료계통, 전장계통 등 (시동꺼짐) 원인이 워낙 다양해 품질검사 이후 수리를 해주는 쪽으로 대부분 처리가 되고 있다"며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고인 것은 맞다. 우선 (한국지엠이) 차를 잘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한국지엠 차량들에서만 시동 꺼짐 증상이 발생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등 다른 완성차 업체들의 차량에서도 같은 결함증상이 나타난다. '아반떼 시동꺼짐'이라고 검색해보라"고 덧붙였다.
실제 '네이버' '다음' 등 국내 포털사이트를 통한 '자동차 시동꺼짐' 검색결과는 참담했다. 한국지엠 관계자의 말처럼 완성차 업체 대부분이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특정 업체에 대한 집단대응 움직임도 포착됐다.
완성차 업체들을 강제할 만한 소비자 구제정책이 미흡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상증상을 일으킨 차량의 교환이나 환불을 용이하게 해주는 한국판 '레몬법'이 지난해부터 국회에 수개월째 계류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내달 총선으로 인해 임시국회가 소집될 가능성이 낮아 관련 법안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레몬법'은 미국 포드 대통령이 1975년 통과시킨 법으로 정식 명칭은 '맥너슨-모스법'이다. 오렌지와 비슷한 생김새나 막상 먹으면 신맛이 나는 레몬의 특징을 비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겉 모습은 그럴싸하지만 품질은 엉망인 상품들을 의미한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법안을 상정한 당사자 입장에서 빠른 시일 내에 (한국판 레몬법이) 통과될 것을 기대한다"며 "법안이 공표되면 소비자 권익이 크게 신장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시동꺼짐과 같은 중대 결함이 발생할 경우 해당 업체에 완벽하게 수리해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며 "뿐만 아니라 점검이나 수리한 내역을 잘 기록하거나 보관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에 대비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