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버스에 장착돼 있는 현금영수증 발급기가 홍보 미흡 등으로 제구실을 못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현금영수증 발급제가 의무화 되지 않은 탓에 활용도가 낮아 예산만 낭비된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다.
◆ 버스 카드단말기 아래 뭐지?
최근 깜빡 하고 지갑을 집에 두고 출근한 김모씨. 현금을 지불한 후 자리에 앉은 그의 시야에 카드 단말기 아래로 작은 기계가 보였다.
호기심이 들었지만 바쁜 출근길인 탓에 무엇인지 확인하지 못한 그는 회사 동료들에게 물어봤다. 다들 "모르겠다", "그런 것이 있느냐"는 반응이었다.
퇴근길 다시 버스를 타면서 김씨는 버스기사에게 물었다. "현금 영수증 발급기"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제서야 김씨는 현금 영수증을 끊을 수 있었다.
김씨는 "안내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버스요금까지 현금영수증이 발급된다는 것은 몰랐다"며 "출근길 버스요금은 정당하게 지불했음에도 현금영수증을 발급받지 못했는데 손해를 본 느낌"이라고 말했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버스 내 현금영수증 발급은 의무화 돼 있지 않다. 이는 지난 2007년 3월 개정된 것으로 이전에는 자동으로 발급됐으나 이 후 승객이 요구할 때만 발급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지난 2004년 운전기사로 하여금 현금영수증을 의무적으로 발행해 이를 현금집계액과 비교하는 등 업체들의 현금수입 허위신고 방지를 위해 사용한지 4년 만의 변화였다.
당시 서울시는 △현금이용승객의 영수증 수취율이 10% 미만이라는 점 △용지낭비 △안전운행 방해 △차내 환경문제 등을 이유로 현금영수증 발급 의무화를 폐지했다.
그러나 버스 운임요금을 현금으로 지불했을 경우 현금영수증이 발급된다는 사실에 대한 홍보 미흡과 안내 부족 등으로 단말기의 존재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버스 내 현금영수증 발급기는 현금승객의 영수증 발급을 위해 만든 것"이라며 "현재 현금 승객이 전체 승객의 5% 미만이라 사용이 잘 안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현금 승객이 있는 한 없앨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안내 미흡으로 인해 현금 승객들이 영수증 발급 가능여부를 잘 알지 못한다는 지적에 이 관계자는 "버스에서 현금 영수증의 발급을 시작할 당시 대대적으로 홍보했었기 때문에 (대부분 알지 않겠느냐)"고 말을 아꼈다.
해당 기기를 납품하는 한국 스마트카드 관계자는 "현금 승객이 크게 줄어 요즘엔 거의 사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지난 2004년부터 장착됐다. (가격은) 사업원가 부분이 있어서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서울시 "현금승객 5% 미만, 홍보는 '글쎄'"
이같이 바뀐 것은 사실상 현금집계액과 비교할 수 있는 방법이 업그레이드 된 것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서울시 관계자는 "현금승객이 타면 기사들이 '스마트패스'를 누르도록 돼 있다"며 "현금집계액과 '스마트패스' 횟수를 비교해 현금오차율이 없도록 관리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초 현금영수증을 발급하도록 한 것은 현금수입 허위신고 방지를 위함도 있었는데 그 부분이 해결됐다는 얘기다.
버스 현금영수증의 승객들 소득공제 기능은 뒷전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버스 내 현금영수증 발급기에 대한 불만이 이어졌다.
한 소비자는 "영수증 발급기는 대표적인 예산낭비 사례"라며 "승객들은 잘 알지 못해 활용하지 못하고 혹여 알아서 영수증 발급을 요구하더라도 운전기사가 직접 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꼬집었다.
다른 소비자는 "어차피 현금영수증을 받아도 환승할인 등의 혜택이 없기 때문에 승객들이 안 챙기는 것"이라며 "예산 들여 설치는 했으나 '겉핥기 식'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2월 현재 서울시에 등록된 시내버스는 7548대로 모두 현금영수증 발급기가 설치돼 있다.
컨슈머타임스 김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