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품 운송장 번호를 받고 상대방에게 돈을 입금했는데 배송된 물품을 확인해 보니 쓰레기였어요."
850만명의 회원수를 자랑하는 '중고나라'에서 매년 1만건이 넘는 사기사건이 발생하고 있지만 규제할 만한 법적 근거가 없어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해당 포털 업체가 커뮤니티를 제재할 수 있는 규제사항을 제시했지만 사기사건을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 '쓰레기 배송' 등 신종사기 기승, 대책은?
#사례1=K3 네비게이션 풀박스를 중고가격으로 구매하기 위해 '중고나라'에 접속한 권모씨. 그는 제품 판매자와 택배 운송번호를 받으면 입급하겠다는 구두계약을 마치고 다음날 통화를 시도했다. 판매자는 택배를 보내고 운송번호를 받는 중이라며 입금을 요구했다. 제품가격 12만원을 입금한 권씨는 문자를 통해 운송번호까지 받았다. 하지만 택배 업체 측에 확인한 운송번호는 거짓이었고 판매자와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사례2=겨울철을 맞아 저렴한 가격으로 스노우보드 장비를 구입하기 위해 중고나라를 이용한 최모씨는 다음날 12시까지 택배 운송번호와 금액을 교환하자는 제의를 받아들였다. 최씨는 약속한대로 돈을 입금했다. 그러나 상대방은 외부에 나와 있다며 배송을 미루더니 이내 잠적해 버렸다.
#사례3='아이폰4를 35만원에 판매한다'는 중고나라의 글을 보고 연락을 취한 홍모씨. 일단 입금했으나 판매자는 대면거래를 회피하더니 연락을 끊었다. 결국 홍씨는 생돈 35만원을 날려야 했다.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중고나라를 통해서 거래가 이뤄졌는데 카페 운영진이나 네이버에서는 이런 피해에 대한 구제방법이나 대안 등을 마련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트렸다.
17일 인터넷포털 업계에 따르면 '중고나라'를 중심으로 신종 사기행각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수 없는 법적 근거나 규제가 없어 피해자들의 원망을 사고 있다.
실제 이날 충남홍성경찰서에 따르면 '중고나라' 등 인터넷 중고장터에 물건을 판다고 속여 수천만원을 가로챈 10대가 구속되기도 했다.
2003년 신설된 '중고나라'는 현재 850만명의 가입자가 가입해 중고물품을 거래하고 있는 대표 장터커뮤니티다. 네이버 카페에서는 랭킹 1위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매년 중고물품 거래 사기피해가 빈번히 속출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인터넷 사기피해 공유사이트 '더치트'에 따르면 중고나라에서 발생한 피해건수는 2010년 1만6000건, 2011년 1만2000건에 달한다. 또 최근에는 허위 운송번호를 알려주고 잠적하거나 쓰레기를 담은 상자를 운송해 운송번호를 알려주는 등 신종 사기행각이 중고나라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관리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중고나라'는 대인간의 직거래로 운영되고 있어 업무소관이 아니라는 입장을 전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자상거래 법상 '중고나라'는 적용제외 대상"이라며 "'중고나라'에서는 개인간의 직거래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피해 당사자가 신고해 사법처리 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중고나라'와 네이버 측도 소비자피해에 대한 배상책임이 없는 상황이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3조(적용제외) 3항은 '중고나라', '네이버'와 같이 통신판매중개를 하는 통신판매업자는 손해배상책임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적시하고 있어 피해 구제가 어려운 실정.
임시방편으로 공정위는 지난 10일 '카페나 블로그를 통한 상업적 활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포털업체 측은 문제가 발생하는 커뮤니티에 대해 총3단계에 걸쳐 '권고', '이용제한', '사법기관의뢰' 등 단계별 제재방법을 가할 수 있다. 또 사기사건이 발생할 경우 해당 사례를 공개하고 가해 당사자의 이름 및 아이디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중고나라 회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범죄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피해사례를 수집하고 강퇴(강제 탈퇴)를 통해 재접근을 막고 있다"며 "공정위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피해사례와 해당 아이디를 공개해 사건의 재발을 예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사회추세에 따른 행정령 개정도 필요"
일각에서는 온라인을 통한 개인간 거래가 늘고 있는 만큼 법 개정을 통한 소비자 보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새 나왔다.
온라인 사기피해 무료 법률상담가 박병채 변호사는 "'중고나라'와 파워블로거 등 개인 또는 온라인카페를 통해 상거래 또는 광고거래가 빈번히 이뤄지고 있지만 민법을 제외하고 이를 규제할 수 있는 항목이 없다"며 "온라인을 통한 신종범죄가 늘어나는 추세라면 이에 맞게 법 개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법사위를 통과하는 법률개정 말고도 대통령령 등 행정기관에서 비교적 빠르게 개정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며 "사회적인 문제가 심각하다면 행정령 개정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컨슈머타임스 신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