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오일 1만km 주행 가능? 업계 '죽을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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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오일 1만km 주행 가능? 업계 '죽을 맛'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2년 01월 19일 0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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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조건 따라 사용기한 달라" 반발… "가혹환경 실험" 응수
   
 

새로 교체한 자동차 엔진오일이 주행거리 1만km를 넘긴 이후에도 품질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관련업계가 시끄럽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주행거리 5000km가 적정 교환주기로 알려져 있었던 탓에 그간 엔진오일 업체들의 배만 불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주행환경 따라 엔진오일 내구연한 달라질 수 있어"

한국소비자원과 한국석유관리원은 7개 모델의 차량 14종을 각각 5000km, 1만km 주행한 뒤 엔진오일을 채취해 검사한 결과 주행거리별로 엔진오일의 동점도, 점도지수, 유동점 등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고 17일 밝혔다.

흥미로운 대목은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다. 운전자 160명 중 78.8%(126명)가 직접 주행거리를 파악해 바꾼다고 답했으며 이 중 61.9%(78명)는 5000km 이하에서 교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5000km 이하에서 엔진오일을 바꾸는 응답자 중 60.3%(47명)는 자신의 교환주기가 적당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필요 이상으로 엔진오일이 자주 교체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 포털사이트 게시판과 블로그 등지에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게시물들이 부지기수다. 사실과 다른 과장된 정보가 악순환되는 일종의 '연결고리'역할을 담당했다는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ZIC)과 에쓰오일(SUU), GS칼텍스(Kixx) 등 엔진오일 제조업체들은 이번 조사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당장 매출하락이 우려되는 까닭에서다.

한 관계자는 "엔진오일은 주행환경에 따라 내구연한(정상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기간)에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며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차와 잘포장된 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을 따로 분리해 조사를 벌였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엔진오일 사용시한을 주행거리 5000km로 못박은 (엔진오일) 업체들은 그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며 "다만 5000km는 그 어떤 환경에서도 차체에 무리를 주지 않은 보증범위 정도로 소비자들에게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주행거리 1만km에 훨씬 미치지 않은 상태에서 엔진오일이 이상증상을 일으켜 차체에 무리를 준 경우도 적지 않다"며 "상황에 맞는 소비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할 때"라고 덧붙였다.

실제 검사결과문건에는 실험환경과 시기, 인력 등 구체적인 내용이 적시돼 있지 않다. 특히 5000km와 1만km를 각각 주행한 엔진오일의 상태가 큰 차이가 없다는 대목에서는 의문이 쏟아져 나온다. 단순 숫자만 놓고 보면 1만km를 상회하더라도 사용상에 큰 문제가 없다는 풀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엔진오일 제조사는 물론 소비자들이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배경이다.

◆ "'사용가혹조건'에서 실험… 평소 車관리 잘해야"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1만5000km까지 (엔진오일을 교체하지 않고) 주행해도 된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지만 시간이나 차량협조 등 실험 여건 상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며 "'엔진오일은 5000km마다 교체하는 것'이라는 사회적인 통념을 깨 소비자들의 지출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의 지적인 조사환경과 관련해서는 "실험기간은 총 4개월 이내였다"며 "이 기간 동안 1만km를 주행했다고 하는 것은 엔진오일업계가 제시한 '사용가혹조건'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완성차 업계는 2만km안팎을 연간적정 주행거리로 보고 있다.

그는 "소비자들이 주의할 대목은 엔진오일의 특성상 1만km를 넘기면 언제 갑자기 고유의 성분이 이상변화를 일으킬 지 모른다는 것"이라며 "평소 꼼꼼한 차량 관리와 점검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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