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말 저녁. 김모씨는 어린 딸과 함께 롯데몰 김포공항점 야외 스케이트장을 찾았다.
스케이트에 서툰 자녀의 안전이 걱정된 김씨는 헬멧과 무릎보호대까지 꼼꼼히 챙겼다. 추운 날씨였지만 아이부터 어른까지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로 스케이트장은 붐볐다.
◆울타리 부딪혀 '쿵'…"안전시설물 보완해야"
'쿵' 소리와 함께 김씨의 자녀가 빙판에 넘어지는 사고는 순식간에 벌어졌다. 스케이트장 외곽에 설치된 울타리를 잡고 멈추려다 부딪혀 넘어진 것이다. 큰 부상을 입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서야 김씨는 놀란 가슴을 쓰러 내렸다.
김씨는 "스케이트장 이용객 중에는 어린 아이들도 많은데 울타리는 딱딱한 아크릴로만 돼있다"며 "충격을 흡수할만한 쿠션 같은 안전시설물을 설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겨울철 공원이나 대형쇼핑몰 등에 설치된 야외 스케이트장을 찾는 소비자들은 안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빙판 외곽 울타리에 충격 흡수를 돕는 안전시설물이 없는 곳이 대다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필수시설은 아니라 법적 하자는 없지만 안전사고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은 입장료와 대여료를 합해 1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저렴한 가격에 스케이트를 즐길 수 있어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이곳 울타리는 아크릴소재다. 충격흡수용 시설물은 별도로 설치돼 있지 않다.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내 스케이트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근처 눈썰매장과 함께 이용이 가능해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대형 복합쇼핑몰도 야외공간을 이용해 스케이트장을 운영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아크릴로 된 울타리가 안전시설의 전부다.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도 지난해 12월 야외 아이스링크를 개장, 매일 입장객을 받는다. 롯데몰 김포공항점은 이달 초 야외 테마파크에 최대 15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아이스링크를 설치했다.
용산구 아이파크몰은 4층 야외공간에 100명까지 수용 가능한 아이스링크를 운영 중이다.
이들 아이스링크 울타리에서도 매트리스 형태의 안전시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스케이트장 운영 관계자들은 기존 울타리만으로도 안전상 큰 문제는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운영 관계자는 "스케이트장 안전펜스(울타리)는 기준에 맞게 설치돼 있다"며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처럼 일부는 자체적으로 쿠션을 넣어 울타리를 보강하기도 하지만 설치 안 된 곳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아크릴 울타리만 설치돼있다고 안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며 "울타리 충격에 의해 부상을 입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쿠션 같은 시설물을 울타리에 설치하면 안전성이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그럴 수도 있다"고 답했다.
현행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에는 빙상장업의 시설기준에 대해 빙판 외곽에 높이 1미터 이상의 울타리를 견고하게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울타리의 재질이나 충격흡수 시설을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케이트장을 이용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직장인 이모씨는 "최근 스케이트장을 찾았다 울타리에 부딪혀 넘어지는 아이들을 봤다"며 "충격흡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튕겨지듯 넘어지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주부 홍모씨는 "이용객들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스케이트장 운영자들이 자체적으로 안전시설을 보강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어른들의 '안전불감증'으로 아이들이 크게 다칠까 걱정"이라고 얼굴을 찌푸렸다.
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