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박모(서울시 동작구)씨는 건조한 날씨 속에서도 구입한 가습기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가 폐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내용의 뉴스를 지난해 말 접한 뒤부터다.
수돗물만을 넣고 작동시키자니 비위생적일 것 같고, 그렇다고 살균제를 넣자니 가족들의 건강이 상할까 우려돼 거실 한 구석에 방치한 지 오래다. 수건을 물에 적셔 바닥에 깔아놓기를 반복하고 있지만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박씨는 "집안의 습도를 유지하는 일이 이제는 가사의 일부분이 돼 버렸다"며 "인체에 무해한 살균제는 언제쯤 출시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뒤늦게 제조업체 정책설명회… 완제품은 언제쯤?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정부의 지난해 11월 조사결과 발표 뒤 '건조함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소비자들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 '세퓨 가습기살균제', '와이즐렉 가습기살균제', '아토오가닉 가습기살균제', '가습기클린업' 등 문제가 된 제품들은 이미 시장에서 철수한 상태나 관련 제품 전체로 소비자들의 불신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젖은 수건이나 분무기, 행운목과 같은 '가습식물' 등을 활용한 '자가가습'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습기의 편리성과 효율성에는 크게 못 미치는 실정이어서 인체에 무해한 살균제 출시시기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를 '의약외품'으로 전환, 살균제 제조 및 수입 단계에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장치를 12월 말 마련한 상태다. 이 같은 절차를 거친 '적합제품'은 아직까지 시장에 유통되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의 불편이 2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느려터진 행정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식약청은 지난 13일에서야 가습기살균제 수입 및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의약외품 지정 및 관리절차에 대한 정책설명회를 개최했다. △의약외품 제조업 영업신고 절차 및 구비요건 △의약외품 품목 허가 절차 △기준 및 시험방법 및 안전성·유효성 심사자료 작성 방법 △의약외품 표시·광고 등 사후관리가 핵심의제로 선정돼있다.
이를 기점으로 각 제조사들의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설연휴가 끼어있는데다 허가절차가 까다로워 완제품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자들 스스로 위생에 만전을 기해 가습기를 사용하거나 건조함을 참는 수 밖에는 이렇다 할 대책이 없다는 의미다.
식약청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는 물때가 끼는 것을 방지하는 용도로, 발산되는 수증기 위생과는 크게 연관성이 없다"며 "폐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살균제의) 특정 물질이 수증기에 포함돼 나온 것이 논란이 됐던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살균제가 못미더운 소비자들은 사용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식약청의 검사를 거친, 의약외품으로 지정된 살균제가 나오기 전 까지 기존 살균제를 써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번거롭더라도 가습기 안쪽의 청소를 꼼꼼히 한 뒤 사용하면 건강은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소비자 개개인의 철저한 위생관리가 쾌적한 습도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라는 얘기다.
그런 가운데 농촌진흥청이 11일 실내습도 증가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가습식물'을 소개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농진청에 따르면 관엽류 중에서는 행운목, 쉐플레라, 마삭줄, 무늬털머위, 베고니아가 꼽혔다. 허브류 중에서는 장미허브, 제라늄이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도 돈나무, 다정큼나무, 만병초, 심비디움, 봉의꼬리 등이 가습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김광진 농진청 도시농업연구팀 박사는 "화분은 세균 걱정이 전혀 없는 순수한 물 입자의 천연 가습기로 증산작용 과정에서 습도가 증가한다"며 "뿐만 아니라 음이온이 발생해 건강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