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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압구정역이요."
최근 새벽2시 강남역 인근. 직장인 김모씨는 1시간 째 택시를 잡고 있다.
영하의 날씨에 김씨의 손과 발은 이미 꽁꽁 얼었다. 김씨 주위에도 발을 동동 구르며 택시를 잡는 시민은 여럿. 저마다 행선지를 외치며 택시를 잡고 있지만 사정은 김씨와 마찬가지였다.
어렵게 잡은 택시는 정차하지도 않고 창문만 빼꼼히 열어 행선지만 확인했다. 김씨가 목적지를 밝히면 그냥 가버렸다.
◆ "야간 승차거부 처벌 기준 강화해야"
몇 대의 택시를 보내고 김씨는 겨우 택시 한 대를 잡아 탔다. 기사는 목적지를 물었다. "압구정 역으로 가주세요"라는 김씨의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택시기사는 얼굴을 찌푸렸다.
"다른 차 타세요. 그쪽으로는 안 갑니다"라는 기사의 말에 김씨는 다시 추운 거리에 섰다. 15분 가량을 길에서 더 허비한 뒤에야 김씨는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김씨는 "연말연시만 되면 새벽에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 보다 어렵다"며 "야간 승차거부에 대한 처벌 기준을 강화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트렸다.
상습적으로 승차를 거부하는 불량 택시를 퇴출하는 '택시면허벌점제'가 시행되는 가운데 처분 기준을 두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법인택시의 경우 벌점 경감 등의 여지가 많아 제도로 인한 문제 개선 효과가 미비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시는 개인∙법인택시 사업자를 대상으로 승차거부, 부당요금 징수 등에 벌점을 부과해 매년 연말 기준 일정 수준 이상 벌점이 쌓이면 면허를 취소하는 '택시면허벌점제'의 본격 시행에 나섰다.
지난 2009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시행규칙이 개정됨에 따른 조치로 2년간 누적 벌점으로 퇴출 여부를 결정한다.
이번 제도 시행에 따라 일반적인 규정을 위반하면 과태료 10만원당 벌점 1점이 부과된다. 승차거부, 부당요금 징수, 합승 규정을 위반하면 과태료 10만원당 벌점 5점을 받게 된다.
퇴출 대상 기준은 개인∙법인택시 모두 2년기준 누적벌점 3000점 이상이다. 법인택시의 경우 2400점 이상이면 총 차량의 10%를 줄여야 한다.
벌점산정 공식은 위반지수와 연간 평균벌점을 곱한 값이다. 위반지수는 위반건수를 보유대수로 나눠 10을 곱한 것이다. 연간 평균벌점은 연간 총 벌점을 보유대수로 나눈 값이다.
◆ 법인택시 퇴출 효과 미비…"적극적 신고 중요"
개인택시의 경우 2년간 승차거부를 6회 하면 벌점 3600(6×10×60)으로 퇴출 대상이 된다.
법인택시의 경우 일부 택시가 승차거부를 하더라도 위반건수와 벌점을 전체 보유대수로 나누기 때문에 벌점 누적 정도가 상대적으로 적다.
택시사업자가 '정부표창규정'에 따른 표창을 받거나 최근 5년간 무사고 운전자가 있는 법인택시업체에는 1명당 벌점 50점이 경감된다.
벌점을 지울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다는 얘기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택시물류과 관계자는 "개인택시는 벌점을 받으면 타격이 클 것"이라며 "법인택시는 벌점을 보유대수로 나누다 보니 (벌점 누적으로 인한 퇴출) 효과가 미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법인택시에 대한 처분을 강화하려면 법을 바꿔야 한다"며 "제도개선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제도가 효과를 거두려면 시민들의 신고의식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밤마다 지도를 나가지만 현장에서 승차거부를 적발하기는 쉽지 않다"며 "승차거부는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신고해줘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택시면허벌점제'를 통해 택시업계의 '고질병'이 사라질지 소비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