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피 [copy] 1. 같은 말 : 복사(複寫), 2. '모사'로 순화. (포털 '다음' 국어사전 참조)
국내 식∙음료 업계에 '카피바람'이 거세다. 카피제품이 생활 속 곳곳에서 넘쳐나고 있다. 관심을 갖지 않는 이상 어느 것이 '원조'제품인지 소비자들은 알아차리기 어렵다.
가짜를 의미하는 '짝퉁'과는 거리가 멀다. 만드는 업체가 분명하고 생산단계가 투명하다. 그럼에도 소비자는 불쾌하다. 원조인양 과시하고 당당히 광고하는 '철면피'에 기가 찬다. 진짜' 혹은 '원조'를 추구하는 소비자 패턴은 국적을 불문한다. '비슷하게 보이지만 아니다'는 반론이 나올 법 하나 판단은 소비자에게 맡긴다.
중국산 '짝퉁'을 의미하는 '산자이'. 그랬던 산자이가 최근에는 글로벌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한다. 진짜를 뛰어넘는 '카피제품'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술력이 중심에 있다.
이를 식∙음료에 대입하면 맛과 제품 디자인으로 압축된다. 얼마만큼 진일보 했을까. 얼마만큼 차별화를 뒀을까. '모방'만 하고 '창조'는 게을리 하지 않았을까. 본보는 국내 식∙음료 업계를 중심으로 '카피제품'의 단면을 들여다 봤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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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켓과 키커, 그 절묘한 차이
샌드위치 휴일을 앞둔 날 저녁 동생이 간식거리를 잔뜩 사 들고 들어왔다. 배 깔고 누워 연휴 내내 단것들을 입에 달고 실컷 휴식을 취할 요량이란다.
슬쩍 들여다보니 많이도 사왔다. 그 중 빨간 포장지의 초콜릿에 시선이 꽂혔다. 달달한 초콜릿과 바삭한 비스킷의 조합이 맘에 들어 즐겨먹는 네슬레의 킷켓(Kitkat)이라는 직감이 확 든다.
동생의 손에서 장바구니를 확 낚아 채 한 동안의 투덕거림 끝에 초콜릿은 내 손안에 있지만 어쩐지 맛은 그 맛이 아닌 것 같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확인해보니 맙소사 '킷켓'이 아니라 웬 '키커(Kicker)'라는 초콜릿이 다 있다.
그래서 온 동네 마켓을 돌아 네슬레 킷켓을 사온 후 직접 기자가 비교에 나섰다. 크라운의 '키커'는 글로벌 식품 업체 네슬레의 '킷켓'을 모방한 제품이지만 식음료 업계에서는 이미 높은 인지도를 형성한 제품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7년 매출 23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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킷켓과 키커는 제품의 생김새는 물론 식감을 비롯해 포장 디자인까지 비슷한 형태를 띈다. 제품 겉면에도 제품을 반으로 잘라 초콜릿 안 비스킷을 그려 넣어 바삭함을 강조하고 있다.
하얀색과 빨강색을 조합해 포장을 디자인 한 점이나 제품명을 동그란 원안에 배치한 점, 제품명에 각각 두번씩 들어가는 'K'를 크게 강조해 표현한 점에서 비슷한 느낌을 물씬 풍긴다.
얼핏 봐 겉 모양만 보고 두 제품을 분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일 정도다. 다만 다른 점은 키커의 포장에는 양 사이드에 금색 테두리를 둘렀다.
용량에선 킷켓(35g)이 키커(16g)보다 내용량이 더 많다. 약 2배 차이 나는 용량 탓에 기다란 스틱형으로 쪼개지는 형태는 같지만 키켓은 4pcs, 키커는 2pcs로 쪼개진다.
제품 겉면에 초콜릿 음각 쓰여진 각각의 제품명이 디자인뿐만 아니라 맛까지 세밀하게 모방했음을 직감할 수 있다. 영양성분을 확인해 보니 두 제품의 열량은 16g 당 30kcal로 비슷하지만 당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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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강과 하얀색 포장, 스틱형 비스킷 초콜릿 특징
킷켓은 35g에 17g의 당을 함유하고 있는데 반해 키커는 16g에 7g의 당이 들어있었다. 킷켓이 두 배 용량임을 감안 했을 때도 키커보다 1.5g의 당이 더 들어있는 것이다.
또 킷켓 속 비스킷은 3겹인 반면 키커의 비스킷은 2겹에 불과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후덕해진 날씨 탓인지 꾸덕꾸덕 녹는 정도의 차이였다. 키커가 만졌을 때손에 묻어나고 지문이 찍힐 정도로 녹은 반면 킷켓은 그 정도가 덜 했다.
온라인 상에는 키커가 킷켓의 유사품, 혹은 모방품인 것을 재미있어 하는 반응들이 감지된다.
앞서 말한 차이점들에도 불구하고 국내시장에서는 킷켓이 키커에 밀리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지난 2008년 멜라민 파동 당시 킷켓에서 멜라민이 검출됐다고 알려지면서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모방품이 오리지널을 이긴 셈이다.
컨슈머타임스 김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