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 소비자 A씨는 애플 '에어팟 프로'를 21만원에 득템하고 뿌듯함을 느꼈다. 배송된 상품에 시리얼 넘버가 부착된 것을 확인하고 안도한 것도 잠시, 불만으로 가득한 리뷰 페이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모든 상품의 시리얼 넘버가 동일했기 때문이다.
11번가(대표 이상호)에서 발생한 에어팟 프로 짝퉁 논란의 전말이다. 해당 상품 페이지에는 제품을 환불해달라는 문의가 빗발쳤으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역대급 사건으로 회자되고 있다.
오픈마켓 사업자들이 상시 모니터링과 사전 판매자 인증을 거치고 있지만 위법 상품을 골라내는 것은 물리적으로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에어팟 프로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탑재한 신형 에어팟 모델로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정가 32만9000원에 판매 중이다. 이 때문에 지난달 11번가에서 에어팟 프로를 21만6000원에 할인 판매한다는 소식은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쿠폰을 사용하면 20만원대에도 구매가 가능했다.
이 판매자는 소비자들이 남긴 제품 문의에서 '정품 새 제품이 맞으며 국내 AS도 가능하다'는 답변을 남기며 신뢰도를 높였다.
해외직구 상품이었던 탓에 배송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됐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시리얼 넘버에서 비롯됐다. 시리얼 넘버는 제품 제조 순서에 따라 부여되는 고유의 식별 번호다. 정품이라면 동일한 시리얼 넘버가 생길 수 없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남긴 리뷰 속 사진에서는 시리얼 넘버가 모두 같았다. 일부 소비자들은 '에어팟 프로의 특징인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떨어지는 것 같다' '제품 마감이 정품과 다르다' 등 품질 자체에 대한 불평도 쏟아냈다.
문제의 상품은 11번가 판매 페이지에서 내려갔지만 동일인으로 의심되는 판매자가 다시 에어팟 프로 판매 게시글을 올려 공분을 샀다.
민원이 폭주하자 11번가는 사태 진화에 나섰다.
11번가 관계자는 "구매자로부터 실물을 회수해 애플 가품관리 대리인을 통한 감정을 의뢰한 상태"라며 "가품으로 확인되면 모든 판매 건에 대해 직권 취소로 환불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품으로 확인되지 않은 현재로서는 환불이 불가능한 셈이다. 11번가의 경우 '위조품 100% 보상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 사안의 경우 해당되지 않는다. 문제의 상품을 구입한 소비자는 100여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픈마켓의 위조품 논란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위메프에서도 정가 284만원인 '구찌 GG마몽 미니 탑 핸들백'이 25만원에 판매돼 논란이 일었다.
이처럼 문제를 일으켜 블랙 리스트에 등록되더라도 다른 사업자명으로 신규 등록하는 경우가 많아 사건은 되풀이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제조사 측에서 정품 인증 제휴에 소극적인 것이 사실"이라며 "이커머스 업체들이 모니터링, 미스터리 쇼퍼 등 사후 처리를 강하게 시행 중이나 입점사가 워낙 많다보니 누락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