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
기대감을 가득 안고 마침내 한국에 상륙한 '에그슬럿'과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다. 매장 인테리어부터 제품 비주얼까지. 에그슬럿은 감성적인 사진 공유가 주를 이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최적화된 가게다.
파인 캐주얼 레스토랑 다운 트렌디한 분위기와 네온 조명이 인증샷을 부른다. 곳곳에는 시선을 사로잡는 최신식 기기들이 즐비하다. 오픈 형태의 주방은 음식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다.
지난 10일 오픈한 에그슬럿 코엑스점은 한국 1호점이자 전 세계 9호점이다. 본점이 위치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에서도 줄을 서서 먹는 맛집이다.
한국에서 '쉐이크쉑'을 성공적으로 론칭한 SPC그룹이 에그슬럿을 국내에 들여올 것이라는 소문은 지난해부터 돌았다. 다만 국내에 이미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가 즐비해 성공 가능성에 대해선 '물음표'가 그려진 것도 사실이다.
직접 먹고 경험해본 에그슬럿은 일반적인 패스트푸드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인증샷 #건강한맛 #가심비 등 3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겠다.
우선 입지가 아주 좋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하차해 5번출구인 코엑스 방면으로 나오면 왼쪽에 위치해있다. 바로 맞은 편에는 패스트푸드 대명사 맥도날드 매장이 자리해 정면 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쉐이크쉑 당시 늘어섰던 대기 줄을 의식한 것인지 대형 냉풍기를 들여놓은 것이 눈에 띄었다. 에그슬럿의 상징 색인 노란색을 가미한 자판기 모양의 냉풍기는 이 매장의 마스코트다.
매장 내 좌석 배치는 코로나19를 의식한 것이 느껴졌다. 매장 한 가운데 바 테이블에는 투명 가림막을 설치해 방문객들이 거리를 둘 수 있도록 했다. 또 대부분 테이블이 2인용 테이블로 붙였다 뗄 수 있는 구조였다. 혼밥을 하기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 테이블 옆에는 독특하게도 비접촉식 세면대가 마련돼있었다. 손바닥을 기계에 갖다 대면 자동으로 액체 비누와 물이 분사된다. 기계 상단에는 올바른 손씻기 방법을 알리는 영상이 재생된다. 다만 대부분 패스트푸드 매장에 들어선 디지털 키오스크는 없었다.
필자는 에그슬럿의 대표 메뉴인 '페어팩스' 샌드위치와 '슬럿'을 맛봤다.
페어팩스는 인스타그램에 #에그슬럿을 검색하면 나오는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다. 번 속에 포슬포슬한 스크램블드 에그가 한 가득 들어있다. 그 위에 달큰하게 볶아낸 양파와 치즈를 얹고 스리라차마요 소스를 뿌려낸다.
제빵에 일가견이 있는 SPC삼립이 본점의 맛을 구현하기 위해 애를 썼다는 데 확실히 번의 윤기가 보통은 아니었다. 첫 입은 '신선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만 스리라차 소스를 선호하지 않는다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호'였다. 다소 느끼할 수 있는 맛을 볶은 양파가 잡아줘서 흡족했다. 다만 한 입에 우겨 넣기에 큰 사이즈여서 조금 난감했다.
주변인들이 가장 만족감을 드러낸 메뉴는 슬럿이었다. 유리병에 으깬 감자와 수란을 함께 담아낸 음식인 데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식감이 일품이다. 바게뜨에 얹어 먹으면 포만감이 느껴진다. 다만 바게뜨 위에 뿌려진 올리브유는 불호였다.
관건은 가격이다. 페어팩스는 7800원, 슬럿은 6800원으로 웬만한 햄버거 가게 세트 메뉴보다 비싸다. 호기심에 방문했던 소비자들을 단골로 사로잡기 위한 플러스 알파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