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임이랑 기자] 카카오톡과 포털 네이버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지닌 카카오와 네이버가 금융업 진출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산업 전반에 비대면이 강조되고 있어 이들 회사가 향후 금융업 전반을 뒤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금융사들은 카카오와 네이버의 금융진출에 대해 우선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출시한 상품에 대응하는 상품을 출시하기도 하지만 이들과 제휴를 통한 상품도 선보이고 있다.
금융판 뒤흔든 카카오, 늦었지만 무서운 잠재력 네이버
두 회사 중 먼저 금융업에 뛰어든 것은 카카오다. 카카오는 자회사인 카카오페이를 앞세워 금융업에 진출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연결 매출액 1411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 거래액도 48조원으로 같은 기간 2배 이상 증가했다.
여기에 카카오는 카카오페이를 통해 사업 다각화에도 나섰다. 지난 2월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한 것이다. 이에 카카오는 바로투자증권을 카카오페이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그리고 카카오페이증권의 증권계좌 수는 정식 서비스를 개시한 지 한 달 만에 50만개를 넘어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톡은 4000만명이 넘게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라며 "이처럼 강력한 플랫폼을 지닌 카카오가 금융업에 진출하면서 기존 금융회사에게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숙제를 안겨줬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금융지주사의 전통적인 핵심 전략인 계열사 간의 시너지 확대에도 나섰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 계좌 연결 인증 절차를 간소화한 것이다.
카카오페이 앱에서 계좌번호 확인 등 절차 없이 카카오뱅크 인증 비밀번호 6자리만 입력하면 계좌를 연결할 수 있게 됐다. 연결된 계좌로는 송금·결제·투자 등 카카오페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더욱이 증권계좌를 갖게 되면 고객의 금융상품을 결제할 수 있어 카카오페이의 결제 수수료 수익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가 대주주로 있는 카카오뱅크는 출범한 지 3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편의성이라는 무기를 장착한 카카오뱅크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185억원이다. 이는 지난 한 해 벌어들인 137억원을 훌쩍 넘어서는 기록이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된 해외의 경우 은행들이 흑자로 전환하기까지 평균 5년 정도가 걸렸다는 점을 비교해 볼 때 카카오뱅크의 성장세는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카카오에 비해 늦게 금융업에 진출한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이라는 자회사를 통해 금융업에 뛰어들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최고 3%의 이자를 주는 '네이버 통장'을 출시했다. 저금리 기조로 인해 시중은행의 자유입출금계좌 이자율이 0%대인 것을 감안해보면 상당히 매력적인 상품이다.
특히 네이버 통장은 단순히 비대면으로 가입해 높은 이율만 주는 통장이 아니다. 네이버 통장은 간편 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와 연동을 한다. 현재 네이버페이의 경우 월 사용자가 무려 1200만명을 넘어섰고, 연간 거래액 또한 20조9249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네이버는 이미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쿠팡과 G마켓을 위협하고 있다. 네이버 통장을 보유한 고객이 스마트스토어에서 네이버페이로 결제할 경우 최대 9%P를 적립할 수 있다는 점도 고객의 구미를 당기게 한다.
금융권, 일단은 예의주시...'언택트 상품 및 제휴' 대응
네이버와 카카오의 금융업 진출에 대해 기존 금융회사들은 일단은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금융사처럼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두 회사가 강력한 플랫폼을 가졌다는 점, 언택트에 강점이 있기에 이를 경계하며 대응할만한 상품을 선보이거나 금융사끼리 제휴를 통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카카오와 네이버 모두 플랫폼·마켓·결제서비스를 지니고 있어 향후 금융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봐야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카카오뱅크가 출범했을 당시 가벼운 모바일뱅킹으로 고객들의 호응을 얻었듯 현재 시중은행들도 모바일 및 인터넷뱅킹 부분에 대한 강화를 꾸준히 하고 있다"며 "아직 카카오와 네이버가 풀뱅킹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기존 금융사끼리 제휴를 하여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카드 관계자는 "강력한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두 회사가 금융업에 진출하고 있으니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들 회사가 금융업에 뛰어들 당시 디자인 부분의 강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카드사들 또한 이들 디자인 공세에 디자인으로 1차 대응을 했고, 언택트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카드를 출시했다"며 "이처럼 초기 대응을 하며 이들이 제공하지 않고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금융사들은 제휴를 통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해당 상품들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고객에게 제시한 이율 못지않은 고금리로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현대카드와 함께 지난 4월 '우리 Magic 적금 by 현대카드'를 출시했다. 최고 금리가 연 5.7%로 현대카드 이용 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우대 금리는 연 3.5%다. 최대 월 50만원씩 1년간 납입 가능해 금액 한도도 높다.
신한카드는 SBI저축은행과 지난 5월 출시한 '사이다뱅크 신한카드 적금'은 금리가 6%에 달한다. 기본금리 연 2.1%에 신한카드 사용 조건을 충족하면 받을 수 있는 우대 금리는 최대 연 3.9%다.
현대카드는 스테디 셀러인 '현대카드 ZERO'를 'ZERO MOBILE Edition2'로 개편해 전 가맹점 기본 혜택에 주요 디지털(모바일) 특화 영역을 추가했다. 특화영역에서는 결제금액의 1.5% 할인(할인형) 2.5% M포인트 적립(포인트형) 혜택이 추가로 제공된다.
하나카드는 플라스틱 카드가 없는 디지털 카드 '모두의 쇼핑'을 내놓았다.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언택트에 강점이 있다는 점,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 소비 환경이 강화되고 있어 하나카드도 마찬가지로 모든 과정을 디지털화했다. 해당 카드는 온라인 쇼핑몰이나 요식업종, 넷플릭스 등 언택트 기반 서비스 업종에 대해 50%를 적립해준다.
C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업계의 경우 네이버와 카카오의 출현에 대한 위기의식은 아직 없다"며 "오히려 기존 금융권은 개인정보에 있어 오랜 기간 리스크를 강화해왔지만 네이버와 카카오가 금융업에 진출하며 정보보안 측면에서는 걱정과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