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양대규 기자] 매년 대우조선해양에 '낙하산' 인사를 보내며 부실 경영의 기반을 만든 KDB산업은행이 되려 피해를 본 대우조선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어 논란이다.
최근 산업은행은 '채권단'으로 대우조선에 '2조8000억원의 추가 자본 투입'을 약속하며 노동조합의 '고통분담'을 강하게 요구했다.
채권단이 요구한 노조의 고통분담에는 '파업 금지' 등의 조건이 포함되어 있어 노동자의 생존권을 억압하는 것이라는 노동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 역시 대우조선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산은이 '구조조정 과정을 장악'했기 때문에 그 피해가 상대적으로 약자인 노동자를 포함한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 산은, 애꿎은 노동자에게만 피해 전가…"노동자 생존권 위협중"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노사의 강도 높은 고통분담을 전제로 대우조선해양에 2조8000억원의 추가 자본 확충을 추진한다.
자본확충 외에도 산은은 대우조선 정상화 작업 이전부터 보유했던 대우조선 주식 약 6000만주를 무상 감자 후 전량 소각할 계획이다. 유장증자로 보유한 주식은 10대 1의 비율로 감자한다.
산은은 감자와 자본확충이 완료되면 대우조선의 자기 자본이 1조6000억 수준으로 늘고, 7000%의 부채율은 900%로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의 전제조건으로 산은은 노조의 '쟁의행위 금지∙자구계획 이행 동참'이 필수라는 것이다.
이에 대우조선 노조는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노조의 의견을 배제한 일방적인 자구계획이 문제라는 것이다. 희망퇴직 1000명과 분사와 아웃소싱 2000명, 정년퇴직자 감소분 1600명, 특수선 물적 분할 1200명까지 총 8000여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게 된다.
노조는 "대우조선 경영부실은 국내 조선업체간 과당 경쟁 및 해양프로젝트 저가 수주, 헤비테일 계약방식과 설계기술인력 부족, 미숙련 노동자 중심 인력운용이 원인"이며 "산은의 낙하산 인사투입과 대주주로서의 관리감독 부실, 전·현직 경영진의 실적 부풀리기, 분식회계 의혹 등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 산은 부행장 출신의 김열중 전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부사장은 구속영장을 발부 받았다. 이밖에도 강만수·민유성 전 산은 행장까지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의 경영비리에 관여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현 대우조선 사태에 산은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산은은 확충안에 대우조선의 책임만 물으며, 가장 큰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시키는 상황이다.
이에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의 대우조선 자본확충 방향은 편법과 미봉책으로 점철됐다"고 지적한다.
참여연대는 11일 발표한 해당 논평을 통해 "과연 이번 지원으로 대우조선의 정상화와 노동자들의 생존권 보호가 제대로 될 것인지 불분명하다"며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구조조정 '골든타임'을 허송한 책임을 회피하고자 또 다른 편법과 미봉책으로 위기를 '이연'한다"고 비판했다.
대우조선의 대규모 분식회계 사건에 대해 정부는 제대로 된 구조조정 노력을 하지 않고 당장의 문제를 덮기 위한 '미봉책'으로 일관해 왔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대우조선의 진로는 아직도 불투명하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만 아무런 사회적 지원 없이 온 몸으로 차가운 해고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10일 발표된 산은의 확충안에도 노동자를 어떻게 보호하고 지원하겠다는 내용은 없다고 지적하면서, 노사의 고통분담이라는 미명하에 노사 확약서만 재촉하는 채권단의 모습만 보인다고 꼬집었다.
참여연대는 대우조선 구조조정이 원칙없이 표류하는 이유에 대해 "관치금융의 '망령'이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을 장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관련자에 대해 엄중히 그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며 "조선업과 해운업 노동자들에 대한 실질적 생존권 보호 대책이 입안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