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윤광원 기자] 최근 세계적인 안전자산 선호 경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일본 엔화는 미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이면서 부진했던 우리 수출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관측이 많지만, 환율과 수출과의 연관성이 과거보다 크게 약화돼 기대만큼의 효과가 없다는 분석이다.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통화가치 하락이 수출 개선에 미치는 영향력이 대폭 약화되고 있다.
실제 1990년대의 엔화 약세는 시차를 두고 일본의 수출 증대로 이어졌으나, 2012년말 이후엔 '아베노믹스'에 따른 지속적인 엔화가치 하락에도 불구하고 일본 수출은 오히려 감소했다.
2012년 12월부터 올해 1월 사이 엔화가 41% 절하됐으나 수출은 21% 줄어든 것.
선진국에 국한됐던 '통화 약세의 수출 개선효과 제약' 현상은 점차 신흥국으로도 확산되는 중으로, 2011년 7월 이후 브라질 헤알화가 무려 159%나 절하됐음에도 수출은 19% 이상 줄었다.
국제통화기금(IMF) 분석 결과, 통화 약세가 1990년대에는 수출을 1.3만큼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 절반 수준인 0.6으로 줄었고, 특히 중남미 신흥국의 경우는 더욱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환율과 수출간 연관성이 약화된 것은 세계 수출물량 감소, 보호무역 강화 등 전통적 요인과 함께 글로벌 생산구조 변화에도 기인한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수출물량은 2011년에 당초 기대보다 10% 줄었는데, 지난해에는 20% 감소해 감소폭이 더 커졌다.
또 주요20개국(G20) 국가에서의 보호무역 조치는 총 1185건으로 늘었으며, 자국산업 보호수단의 하나로 수입제품에 차별적인 기술규정이나 표준, 인준 등을 적용하는 '무역기술장벽'도 강화되는 추세다.
아울러 고품질 등 비가격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은 이윤 증대를 위해 환율변화에 따른 가격조정에 소극적이다.
글로벌 생산구조의 분업화로 환율과 수출과의 관계도 근본적으로 변했다.
세계은행(WB)은 글로벌 생산분업이 통화가치 절하의 수출 개선효과를 40% 정도 약화시킨 것으로 분석했다. 생산분업에 밀접하게 연관된 국가에서 환율의 수출탄력성(0.24) 저하가 느슨하게 연결된 국가(1.38)보다 훨씬 뚜렷하다는 것.
전문가들은 이런 환율과 수출간 연관성 저하에 대응, 비가격경쟁력 제고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권식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생산활동의 국제분업으로 교역 증대에도 불구하고 수출의 부가가치는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이므로, 비가격경쟁력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이 성장잠재력 제고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총수출금액 중 부가가치의 비중이 1995년부터 2011년 사이 미국은 4.3%, 독일 12.6%, 일본 11.3%, 중국이 9.7% 각각 감소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