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호' 탑승 안 한 낚시꾼 "잘 가고 있다" 거짓말
[컨슈머타임스 이수영 기자] 제주 추자도 '돌고래호' 전복사고와 관련, 실제 탑승하지 않았던 한 낚시꾼의 거짓말이 해경 초동조치를 늦어지게 한 원인 중 하나인 것으로 드러났다.
'연락두절' 신고를 받은 해경이 승선원 명부에 오른 탑승자들을 대상으로 확인 전화를 하는 과정에서 승선하지 않은 낚시꾼이 '돌고래호를 타고 잘 가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지난 5일 돌고래호(9.77t·해남 선적)와 같은 시각 전남 해남군 남성항으로 가기 위해 추자항(상추자)을 출항한 돌고래1호(5.16t·해남 선적)는 날씨가 좋지 않자 추자항으로 돌아왔다.
추자항에 도착한 돌고래1호 선장 정모씨는 8시께 추자항 추자출장소를 찾아 입항신고를 했다.
그는 입항신고를 하면서 해경에 "돌고래호 선장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락두절에 대한 정식 신고를 하지는 않았다. 추자도 주변 전화가 터지지 않는 지역이 많기 때문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정 선장은 입항신고를 한 뒤 출장소를 나와 계속해서 돌고래호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역시 연락이 닿지 않자 8시40분께 동료 선장 등과 함께 해경을 찾아 "(돌고래호와)연락이 닿지 않는다.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 항적기록을 보자"며 정식으로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 측은 V-PASS를 통해 돌고래호의 위치신호가 5일 오후 7시38분께 추자도 예초리(하추자) 북동쪽 500m 해상에서 마지막으로 잡힌 것을 확인했다.
추자출장소는 상추자도 신양항에 있는 추자해양경비안전센터에 보고했다. 해경은 승선원 명부에 있는 사람들에게 순서대로 연락을 하며 확인했다.
마침 전화를 받은 A씨는 애초 돌고래호에 승선하기로 돼있어 승선원 명부에 이름이 올랐으나 실제는 배에 타지 않고 해남에 남아 있던 사람인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돌고래호를 타고 해남 쪽으로 잘 가고 있다. 괜찮다"고 거짓으로 답했다.
추자해양경비안전센터는 돌고래호가 사고가 난 것이 아닌 것으로 알고 A씨의 대화내용을 추자출장소에 통보했다. 해경은 만일에 대비, 승선원 명부에 오른 사람들에게 다시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A씨 역시 돌고래1호 선장인 정씨에게 전화를 걸었고, 뒤늦게 추자해양경비안전센터에 자신이 배에 타지 않은 사실을 알린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이날 9시3분께 제주해양경비안전서 상황실에 신고했고, 즉각 민간인 자율선박 5척을 동원해 정밀검색에 들어갔다. 추자도 예초리 해상에서 마지막 V-PASS 신호가 잡힌 오후 7시38분 이후 1시간20여분이 지난 뒤였다.
허술하게 작성된 승선원 명단, 낚시꾼의 거짓말, 악천후 속 V-PASS 모니터링과 다각적인 확인 체크를 소홀히 한 해경 등 여러 복합적 상황이 사고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 돌고래호 사고 수사본부는 승선원 명단이 허술하게 작성된 경위에 대해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