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과자에 성인기준 나트륨 표시해 과다섭취 우려
[컨슈머타임스 김은주 기자] 시중에서 아기·베이비·키즈 등이 표기된 어린이용 과자 10개 중 6개는 실제 그 과자를 먹는 연령층이 아닌 성인을 기준으로 나트륨 함량을 표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믿고 해당 과자를 어린이에게 먹도록 하면 지나치게 많은 양의 나트륨을 먹일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현행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영양성분 표기 기준이 느슨해 이를 막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소비자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업체 자체 온라인몰에서 판매하는 7개 회사 60개 영유아용 과자의 섭취 권장량 대비 나트륨 함량 표기를 조사한 결과 연령 기준에 제대로 맞춰 표기한 품목은 25개(41.7%)에 그쳤다.
나머지 35개(58.3%)는 엉뚱하게 성인 기준으로 권장량 대비 나트륨 함량을 맞췄다.
영유아 연령별 나트륨 권장량은 △생후 5개월까지 120mg △6~11개월 370mg △1~2세 700mg △3~5세 900mg 등으로 성인 권장량(2,000mg)의 6~45%에 불과하다.
영유아용 식품의 권장량 대비 나트륨 함량이 성인 기준으로 표기되면 나트륨 과잉 섭취는 불가피하다고 분석된다.
실제 보령메디앙스 '베이비오 유기농 쿠키 치즈레시틴'의 나트륨 함량(1회 제공량 30g당)은 85mg으로 '1일 영양소(권장량) 기준에 대한 비율'이 4%로 적혀있다. 그러나 이는 성인 권장량 기준의 비율이다.
10개월 유아에게 맞춰 적용하면 이 과자 나트륨 함량 85mg의 '1일 영양소 기준에 대한 비율'은 23%(85∙370mg×100)로 뛴다.
종근당건강의 '이유 유기농비스킷 치즈칼슘'도 나트륨 함량(1회 제공량 30g당)의 권장량 대비 비율을 6%로 표기했지만 사용연령(12개월부터) 기준으로 계산하면 17.1%로 높아진다.
일동후디스 '아기밀 냠냠 그릭요거볼 플레인', 매일유업 '맘마밀 요미요미 한입쏙쏙요거트 플레인', 풀무원 '베이비스낵 분유곡물바 딸기', 남양유업 '아이꼬야 유기농 쌀과자 바다' 등도 성인 기준을 사용해 1일 권장량 대비 나트륨 비율을 2% 미만으로 적었으나 실제 사용연령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10%대였다.
같은 회사 제품이라도 나트륨 표기 기준이 달랐다. 매일유업의 '맘마밀 요미요미 유기농쌀과자'류 6개 제품은 해당 연령을, '맘마밀 요미요미 한입쏙쏙요거트' 3종은 성인 기준을 적용했다.
풀무원 역시 '베이비스낵 분유곡물바 딸기' 외 3개 제품은 성인기준으로, '베이비스낵 라이스칩 신성농장' 등 2개 제품은 영유아 기준으로 나트륨 함량을 표시했다.
서울우유의 '잇츠굿 사르르녹는 아기 요거트 플레인'는 '아기 요거트' 제품명에도 불구, 대상 연령조차 명시되지 않았다.
나트륨 표기 혼란은 식약처의 '식품 등의 표시기준'이 애매한 탓도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0~5세 영유아 대상 식품의 영양성분 표시는 '식약처가 제시하는 영양소 기준치(만20~64세 권장섭취량 평균) 또는 한국인영양섭취기준 중 해당 집단의 권장섭취량'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규정상 영유아 제품의 영양성분을 성인 기준으로 표기해도 문제가 없는 셈이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소장은 "영유아 식품의 나트륨 함량이 성인 기준으로 표시돼 부모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고 있다"며 "나트륨 과다 섭취에 따른 폐해를 막기 위해 꼭 사용 연령 기준에 맞춰 표기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