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근육질 상반신을 드러낸 건장한 남성이 허리에 샤워수건 1장만을 아슬아슬하게 두른 채 경쾌한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든다. 간간이 손 끝으로 젖은 머리칼을 만지며 헤어스타일을 간편하게 다듬는다. 젊은 남성의 자신감이 물씬 배어 나온다.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국내 1위 가발업체 '하이모'의 광고 얘기다. "모발모발"을 외치던 중년의 배우 이덕화 대신 최근 중화권 인기 스타 '알렌 우'가 새롭게 등장했다.
그간 '아저씨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탈모관련제품 홍보모델이 점차 젊어지고 있다. 전체 탈모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20~30대 소비자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목적이다.
탈모 치료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치료로 이르는 진입장벽을 낮추려는 노력이 마케팅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온 것으로 보인다.
◆ 탈모시장 3조원대…소비자 5명 중 1명 탈모로 고통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탈모·두피관리 시장 규모는 3조원대로 추산된다. 국내 탈모 인구도 1000만명을 넘어섰다. 우리 국민 5명 중 1명은 탈모로 고통 받고 있다는 얘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살펴보면 최근 5년간 병원 전체 탈모 환자 중 10대 이하가 12.6%, 20~30대 환자가 45.8%로 나타났다.
전체의 절반 이상을 30대 이하 젊은 소비자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공부, 취업 스트레스나 환경적 요인으로 인한 원형탈모증, 빈모증 등이 크게 늘어서다.
탈모가 전 연령대에 걸쳐 발병하는 광범위한 질병이 되면서 관련 업체들도 변신을 꾀하고 있다. 중년 남성에게 국한된 문제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서다.
치료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자연스레 젊은 소비자들을 자사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눈높이식 마케팅이 골자다.
배우 이덕화가 간판 모델인 가발 기업 하이모는 지난 여름부터 싱가포르 배우 알렌 우(Allan Wu)를 공식모델로 추가 기용했다.
젊은 세대가 가장 많이 겪는 'M자형' 초기 탈모자가 하이모 부분가발을 착용, 손쉽게 변신에 성공하는 모습을 TV광고를 통해 보여준다. 특히 광고 속에서 알렌 우 특유의 건강한 근육질 몸매를 강조하는 등 기존 가발광고와 달리 세련되고 건강한 남성미를 전면에 내세웠다.
'금녀'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옛날과 달리 여성모델도 속속 탄생하고 있다.
현대약품은 지난해 업계 최초로 자사 먹는 탈모치료제 모델로 여배우 윤세아를 기용해 주목 받았다.
여성 모델을 내세운 광고가 방영된 이후 실제로 여성소비자들의 구매와 문의전화가 크게 늘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동질감을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갈더마코리아 역시 "출산 후 탈모가 왔다"고 방송에서 고백, 여성소비자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던 방송인 박지윤을 최근 자사 탈모치료제 모델로 기용했다.
인기 아이돌도 등장했다.
현대약품은 이달 들어 아이돌 그룹 M.I.B의 '강남'을 탈모치료제 새 얼굴로 발탁했다. 최근까지는 '응답하라 1994'와 '꽃보다 청춘'등으로 인기를 끈 배우 손호준이 맡았던 자리다.
자신감 상실, 무력감 등 심리적 스트레스로 탈모를 드러내고 치료하기를 꺼리는 젊은 소비자나 여성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해결하는 게 업체들에게 '관건'이다.
향후 탈모 시장 팽창의 키를 이들이 쥐고 있기 때문.
◆ "잘못된 인식 개선 사용 진입장벽 낮추려…"
갈더마코리아 관계자는 "과거 '탈모'라고 하면 중년 남성을 떠올렸지만 최근에는 불규칙한 생활습관이나 스트레스로 20~30대 젊은 층과 여성에게도 흔히 나타나는 질환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이런 추세를 반영해 젊은 여성 모델을 기용, 여성들이 탈모에 대한 고민을 당당히 얘기하고 적극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하이모 관계자는 "가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고 사용 진입장벽을 낮추고자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컨셉의 신규 광고를 선보이게 됐다"면서 "특히 부분 가발 착용 후 더욱 젊고 세련된 이미지를 보여주는 알렌 우를 통해 초기 탈모인을 비롯, 머리 숱에 대한 고민을 갖고 있는 신규 소비층의 공감을 이끌어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