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 분유제조사들이 근거 자료의 오류가 의심되는 '엉터리' 국정감사 지적에 울상을 짓고 있다.
영아용 분유 대다수에 기준치를 초과한 나트륨이 들어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핵심 내용 일부가 과장된 것으로 뒤늦게 파악됐다.
'짠 분유'라는 오명으로 기업 이미지 타격은 물론 분유 전체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커질까 전전긍긍 하고 있다.
◆ 나트륨 기준치 초과 지적…"기준 잘못됐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분유 제조업체들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인재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의 영아용 분유 제품 분석 결과 발표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인재근 의원은 0∼6개월 이하의 영아가 먹는 분유 26개 제품에 1일 충분섭취량(120mg)을 107~183% 초과하는 나트륨이 들어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상위 4개 업체의 분유를 조사한 결과 N업체 128mg~200mg, M업체 108.8mg~210mg, H업체 116.5mg~195mg, P업체 128mg~210mg로 각각 나왔다는 것.
분유업계는 인위적으로 분유에 나트륨을 첨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의 나트륨 함량은 모유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0~6개월 영아의 나트륨 충분섭취량은 월령별로 '120mg/일~ 370mg/일'까지 차이가 나는데 인재근 의원 측 자료는 이러한 점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항변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신생아와 5개월 된 아이의 하루 분유 섭취량은 2배나 차이 나는데 나트륨 충분섭취량을 세분화하지 않고 120㎎으로 동일하게 적용한 것은 잘못"이라며 "이 방식으로 계산하면 5개월까지 나트륨 120mg을 먹던 유아가 6개월째 갑자기 3배나 많은 370㎎을 먹게 되는데 말이 되냐"고 꼬집었다.
학계에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유가공기술과학회 박승용 회장은 "나트륨 섭취량을 통일하게 120mg/일로 설정한 것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며 "조제분유를 유일한 영양공급원으로 섭취하는 영유아는 성장발달에 맞춰 나트륨을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트륨이 부족한 경우 무기력, 구토, 어지럼증이 나타난다는 부연이다.
◆ "국감 지적 사항, 직접 반박하기 쉽지 않다"
이어 "충분섭취량에 대한 해석도 중요한데 이는 영아의 건강한 성장발달을 위해 충분히 섭취돼야 한다는 개념"이라며 "유해물질과 같이 이보다 적게 섭취하라고 상한치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인재근 의원실 관계자는 "한국영양학회와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고 (분유 나트륨)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말하려는 것은 나트륨 함량 세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장의 근거가 된 자료의 오류 가능성에 대한 질문임에 '동문서답'한 셈이다. 소비자들의 혼란과 기업들의 매출 하락을 각각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면밀한 사전 검토작업이 요구되고 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특정 업체가 나서 공식적으로 반론을 제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잘못된 정보가 공급돼 소비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국감 지적 사항이다 보니 사실상 약자인 제조업체는 물론 식품의약품안전처 같은 관련 부처도 직접 나서 반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